밤은 밤인데 먹는 밤이 아닌 것은? marron 과 châtaigne 이야기


2023. 8. 14.

파리에 가을이 오면 에펠탑 근처 Trocadero 광장 공원을 산책하다보면 밤처럼 생겼는데 밤은 아닌 무언가를 굉장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밤보다는 둥글둥글하고 빤딱거리는 이 열매는 marron(마홍) 이라고 하는데, 사전을 찾아보면 "밤" 이라고 나오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밤이 아니므로 주의해야합니다. 예쁘게 생긴 겉보기와는 달리 그 맛은 굉장히 쓰고 독성이 있어서 먹으면 구토와 위경련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웃어른들이 말하길 아무거나 바닥에서 주워먹지 말라는데 그 말이 맞습니다. 아무도 주워가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하지만 돼지나 염소같은 동물들은 이 열매의 독 따윈 가뿐히 먹을 수 있어 사료로 사용한다고 하네요. 우리 딸아이는 marron만 보면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 마냥 주머니에 한 가득 담아오곤 하는데, 이걸로 소꿉놀이를 하거나 딱지치기(?) 를 하는 등 아이들의 좋은 장난감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marron 이 열리는 나무를 marronnier(마호니에) 라고 하는데, 혹시 종로에 있는 "마로니에 공원" 의 마로니에가 생각난다면 그게 맞습니다. 프랑스에는 이 마로니에 밤나무가 가로수로 쓰이고, 공원에도 많기 때문에 꼭 파리가 아니더라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데요, 봄이 되면 마로니에 나무에서 하얀 꽃을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람에 흩날리면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득 궁금해지죠.

marron 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 알던 그 밤은 프랑스어로 뭐라고 할까요?

위 사진과 같은 밤을 châtaigne(샤떼뉴) 라고 하는데, 웃긴 것이 châtaigne 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게 되면 marron 이라는 명칭이 붙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과자중에 marron glacé 라는 것이 있는데, châtaigne 를 설탕물에 졸여서 만든 음식입니다. 또한 châtaigne 를 가지고 군밤을 만들면 marrons grillés, 크림을 만들면 crème de marrons 이라고 하죠.

왜 프랑스인들은 가뜩이나 복잡한 자기네 말을 더욱 더 복잡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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