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내가 당한 사기들


2022. 9. 30.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는 프랑스에서 사는게 마냥 좋아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요 식문화가 달라서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밤에 편의점도 못가고 (편의점도 없을 뿐더러 밤에 여는 상점이 없음), 뚦어뻥을 사야하는데 프랑스어로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몰라서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검색해서 일일히 보여줘야 하고, 느려 터진 행정처리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잊을 만 하면 3개월에 한번 씩 찾아오는 우울증도 있습니다. 인종차별은 너무나 당연한 거라서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한국에도 있으니까요.

여러분의 자녀가 프랑스의 유학을 꿈꾼다면 "얘야, 프랑스는 이렇게 위험한 나라란다" 라며 이 글을 보여주시면 되고, 여러분의 배우자나 친구가 프랑스에서 취칙해서 정착하는 것을 꿈꾼다면 "꿈은 잠잘때나 꾸렴" 하고 이 글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여기 적은 일화는 제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살면서 제 아내와 저에게 실제 일어난 일들을 적은 것입니다. 사기를 당할 때마다 그때 그때 업데이트 할 예정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더 이상 이 글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생생한 경험 전달을 위해 회고적인 문체를 사용했습니다.

어학원 사기

2016년 1월 프랑스에 입국하자마자 바로 정확히 바로 다음 날에 당한 사기. 이 사건은 기사로도 실렸으며 ISPEM 어학원 사기 유학원을 통해 어학원을 구했던 나는 유학원이라면 괜찮겠지 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했다.

이 학교의 이사장은 중국유학생들에게 가짜 졸업증을 내준 대가로 이익을 챙겼고, 그로 인해 체포되었는데 월급을 내줄 사람이 없자 선생은 떠나고 학교는 망하고 내가 낸 1년치 등록금은 모두 백지가 되었다. 어학원을 현지에서 다니고 있던 학생들조차 학교가 망해가는 걸 몰랐을 정도로 갑자기 벌어진 일이기에 유학원에서도 알 길이 없었다. 그 당시 프랑스어를 할 줄 몰랐던 나는 선생들이 이 학교 망했어요라는 설명회를 하는데 하나도 이해하지 못해서 핸드폰으로 녹음하고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이래저래 도움을 받아 피해신고서와 소송장을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는 2000 유로 상당의 돈을 한 순간에 잃어버리고 어머니가 주신 비상금으로 들고 온 2000 유로로 새로운 학교를 구하기 위해 찾아다녀야 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알바해서 모은 내 피같은 돈 모두가 단 하루 만에 날아간 것이다. 물론 내가 낸 등록금은 지금도 돌려받지 못핬다.

공항 택시 사기

샤를 드골 공항(CDG)에서 내려서 장모님과 나 그리고 우리 딸이 집으로 가려고 택시를 타려던 참이었다. 해당 공항 택시는 많이 타본 터라 어디서 타는지 알고 있었고, 요금도 정해져있기에 사기에 대한 걱정은 추호도 없었다.

게이트를 나오고 택시 정거장을 찾아가려고 하는데 비행기에서 애를 보느라 잠을 좀 설쳐서 비몽사몽하던 참이었다 (애 데리고 비행기 타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인거 부모들은 다 알거다).

어떤 중년 남성이 다가와 택시찾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하니까 자기 따라오라고 택시 타는데 알고있으니까 알려주겠다고 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를 보고 판단력이 흐려진 나는 장모님과 딸을 데리고 그가 안내하는 곳을 따라 가던 중이었다. 그러던 마침 내가 알고 있던 위치의 택시 승강장이 보여서 여기겠거니 하고 이제 고맙다 말하고 가려고 하는데 그가 날 가로막으며 자연스럽게

이 공항 택시 승강장 바뀌었어요. 다른 곳에서 타야되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뭔가 의심스러웠지만 그 때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가 말하는 곳까지 따라갔는데, 그 곳에는 정말로 택시들이 줄을 서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동차 위의 택시표시가 흔히 보는 하얀색이 아닌 빨간색의 요상한 모양이었는데, 그때 사기인 것을 알아챘다. 나는

미안, 우리는 진짜 택시타러 갈게.

라고 말하고 진짜 택시를 타러 갔다. 하마터면 정말로 큰일이 날 뻔했던 일. 가짜 택시를 타게 되면 일부러 인적이 적은 곳으로 간뒤에 강도를 당하는 사람들도 있고, 목적지에 데려다 주긴 하는데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는 일들이 있다.

부동산 사기

파리에 월세가 너무 비싸서 이사를 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외곽 쪽을 이곳 저곳 알아보던 중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부동산은 절때 신분증 사본이나 급여 명세서(bulletin de salaire), RIB(은행 정보)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걸 몰랐고, 요구하길래 그냥 줬더니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이러한 일을 당할 경우, 누군가 여러분의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고 대출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집 도배 중 절도

예전에 살던 집 화장실 천장에 누수가 있어서 페인트칠을 다시 해야하는 일이 있었다. 파리에 있는 집들은 낡은 집들이 많아서 누수가 잦다.

아무튼 도배업자가 왔는데 도배 마지막 날에 목이 마르다고 물 한잔 마실 수 없냐고 하자 알겠다고 하고 물을 한잔 줬는데 화장실 맞은 편 탁자에 놓여있던 아내의 Boss 헤드폰이 사라진 것을 눈치챈 것은 한참 지나고 나서의 일이다.

피싱 웹사이트

Boncoin 에 중고로 팔 물건을 내놨는데 누군가로 부터 연락이 왔다. 자기가 먼 지방에 사는데 그 물건이 꼭 갖고 싶어서 미리 돈을 나에게 주고 자기가 직접 가져갈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나야 뭐 돈을 준다니까 일단 알겠다고 하고, 그럼 그 돈을 어떻게 보낼거냐고 묻자 페이팔 계정으로 보내 준댄다. 그러면서 문자로 친절히 페이팔 링크를 보내주었다. 해당 사이트는 웹 개발자인 내가 봐도 매우 잘 만들어져있는 로그인 화면이었다. 링크주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속을 정도로.

지하철 소매치기

사람이 붐비던 13호선을 타고 가던 중 이었다. 나는 문 근처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이 후 2명의 남성이 타게 되었다. 사람들이 탔기 때문에 문 근처에서 약간 뒤로 물러나게 된 상황이었다.

방금 전 탄 2명의 남성은 내 앞에서 생소한 언어로 시끌벅적하게 대화했는데 이상하게도 나의 주머니를 힐끗 힐끗 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다음 역에서 내릴 때 남성 중 한 명이 내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고 한 순간, 휴대폰 보던 척을 하던 나는 몸을 비틀어서 주머니를 뒤로 빼고 그의 손을 쳐버렸다. 경쾌한 소리의 하이파이브였다.

지하철 소매치기2

남자보다 여자는 소매치기의 대상이 되기 쉽다. 특히 아시아인 여자는 더 그렇다. 내 아내만 해도 퇴근 중에 지하철에서 2번이나 휴대폰을 도난 당했는데, 첫 번째는 도난 당했다는 걸 눈치도 못챘고 (어디서 어떻게 당했는지 모름), 두 번째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Charle de Gaule étoile 역에서 RER A -> 6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타는 긴 에스컬레이터) 에서 뒤에서 오던 소매치기범에게 소매치기를 당했다.

2번째에 당한 소매치기는 다행히 휴대폰을 되돌려 받을 수 있었는데, 어떻게 돌려받았냐고 물어봤더니 아내가 소매치기범에게 당당히 "내 휴대폰 돌려줘" 라고 말했더니 돌려줬다고 한다. 그들도 자존심은 있는지, 완벽한 소매치기가 아니면 돌려주는 거 같다. 여러분도 한번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

광장 소매치기

센느강을 따라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가기위해 걷던 중 광장에서 어떤 아저씨가 펜과 판넬을 들고 다가왔다. 다짜고짜 기부를 위해 사인해달라고 떼를 쓰는데, 나는 당연히 사인해주면 기부금을 받는 흔하디 흔한 사기겠지 하고 사인을 안 한다고 했는데 사실은 판넬을 들이밀어 시야를 가리고 다른 손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에 손을 대는 것이었다.

지나가던 착한 아저씨가 조심해요! 라고 우리한테 소리쳐서 다행히 소매치기를 당하지는 않았는데, 그 당시 아내가 입고 있던 패딩 주머니 지퍼 한 쪽이 열려있었다. 지갑은 다행이 그대로 있었고 지퍼만 열고 가버렸던 것이다. 전혀 생각치 못한 방식의 소매치기로 등에 소름이 쫙 돋았다.

자동차 주차장 절도

아내가 결혼하기 전 겪은 일. 당시 회사 차량을 몰던 아내는 급한 일이 있어 근처에 주차를 해야했다. 본인 차량이 아닌 데다가 아직 운전이 미숙했던 아내는 좁은 곳에 주차하는 것을 힘들어했고 근처에 있던 사람이 다가와 자기가 대신 주차해 준다고 했다.

주차를 해주고 나서 그가 떠난 자리에 아내의 휴대폰과 지갑은 사라져있었다.

산부인과 의료 진단 사고

아내가 Clinique에서 출산을 마치고 바로 다음날 골반을 검사하기 위해 x-ray 를 찍었다. 당시 아내는 꼬리뼈의 통증을 호소했는데, 처음 출산을 겪어본 우리는 단순히 출산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의사는 x-ray를 보고 이상이 없다고 했으며 잘 앉지 못하는 건 아직 출산후라서 그런거라는 형식적이 대답만 했다. 우리는 기어코 그 말을 믿었는데 3개월이 지나도 아내는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

다른 병원의 의사를 찾아가서 x-ray를 찍어보자 그 의사가 하는 말이 꼬리뼈에 금이 갔단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산부인과 의사의 진료는 개판이었다. 대충 대충 일처리 하는 건 프랑스에서 흔한 일중에 하나인데 그게 병원에서 일어나는 줄을 생각도 못했다.

하도 열이 받아서 2018년에 의료 사고로 소송을 걸었지만 2022년인 지금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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