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to code? 프로그래머를 위한 파리의 혁신학교 école42(에꼴42)


2023. 8. 5.

Ecole 42 4부작 시리즈

  1. Born to code? 프로그래머를 위한 파리의 혁신학교 école42(에꼴42)
  2. 한 달간의 코딩 테스트 piscine
  3. ecole42 본과정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4. ecole42의 인턴쉽과 취업

학비/교수/교재 다 필요없어, 넌 코딩만해!

프랑스 파리에 살고있는 학생A는 오늘도 늦잠을 잤습니다. 아마 여느 대학생처럼 과제를 하거나 아님 게임을 했을까요? 졸린 눈, 찬물에 대충 감은 머리, 대충 걸친 옷, 헤드폰만 챙긴 가방을 매고 지하철을 타러갑니다. 출근시간이 이미 지나 버린 지하철, 15분은 기다려야 다음 열차가 오지만 학생A는 급할게 없습니다. 학교는 어차피 24시간 개방에 교수도 없고, 지각체크는 더더욱 없거든요. 여유있게 점심 즈음에 도착한 학생A는 인사를 한뒤 cluster 라 부르는 수백대의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저기 건너편에 친구 B가 보이네요.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다는 20대 중반의 B는 1년 전만 해도 프로그래밍에 대해 하나도 몰랐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piscine 이라는 한 달간의 시험을 통과해 이곳에 입학하게 되었죠. 사실 B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학생들은 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입니다. 학생 A는 아무 빈자리에 앉아 헤드폰을 꽂고, 학교 intranet 에 접속해 점심에 먹을 페스토 파스타와 과일샐러드를 미리 주문합니다. 오늘은 어떤 과제가 있을지 또 레벨은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 두근거리면서...

  • ecole42 학생 A의 일상

프랑스 파리에는 학비/교수/교재가 모두 없는 ecole 42 라는 IT(프로그래밍) 학교가 있습니다. 학교는 24시간 개방, 집 또는 학교 등 원하는 곳에서 공부를 할 수 있으며 각자의 커리큘럼에 맞는 과제와 인턴쉽을 수행하여 게임처럼(!) 레벨업을 할 수 있습니다. 실내 온도는 항상 22 ~ 24 도로 쾌적, 수백대의 Mac이 구비된 cluster 안에서 공부할 수 있으며, 점심 저녁은 intranet 으로 주문하여 준비되면 알림을 받고 내려가서 먹으면 됩니다. 코딩을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있는 학교, 한국에서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이러한 학교는 어떻게, 그리고 누가 만들었을까요?

자비로우신 Xavier Niel(자비에 니엘)이 자비로...

한국에 SK telecom 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Free Mobile 이라는 통신사가 있습니다. Orange가 조금 더 유명.. 미안해요 자비에

이 Free 라는 통신회사의 설립자 Xavier Niel(자비에 니엘)이 자비로!!! 10년 동안!!! 학교를 유지할 7천만 유로(대략 940억원!!!)을 들여 2013년 3월 26일 école 42(에꼴42)라는 학교를 설립하게 됩니다. 그렇다는 건 10년이 지나고(2023년) 자비에씨가 투자를 안하시면 학교는... 망했어요

여기서 한 가지 더, ecole42 는 정부 지원금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외부의 간섭이 싫어서라고 하네요. 자유로운 교육 실험을 해야하는데, 정부의 개입으로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내 돈 내고 내가 굴린다

그런데 Xavier Niel 의 교육 투자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혁신 교육을 만들게 된 계기는 이 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로, Nicola Sardirac(니콜라 사흐디학)이라는 분인데요, Nicola Sardirac 은 "Epita" 라는 그랑제꼴(grande école : 한국에는 없는 프랑스 특유 엘리트 중심의 교육기관으로, 수재들만 들어갈 수 있음) 출신의 엔지니어로, école42 이전에 EPITECH(에피택) 이라는 프로그래밍 사립학교(겁나 비쌈)를 세운 사람이기도 합니다. 에피택의 교육 커리큘럼을 짠 경험을 바탕으로 에꼴42에서 혁신적인 교육 실험을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인지 에피택과 에꼴42는 한 곳은 비싼 사립학교에, 한 곳은 완전 무료이지만 과제나 프로젝트는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10년이 가까워진 지금, Nicola Sardiac 은 교장직을 그만두셨고, 또 에꼴42 자체가 교육 실험을 위한 하나의 장소이기 때문에 커리큘럼이 계속 변화의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제가 입학할 올해(2019년 10월) 커리큘럼이 또 변한다고 하니까 말 다했죠. 우리는 Xavier 의 교육 실험대상입니다.

왜 42 는 42 인가 ? 38은? 17은?

42의 숫자 42는 소설과 영화로 알려진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소설 속에서 42라는 숫자는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 에 대한 질문의 궁극적인 해답이라고 나옵니다. 영화 속 42

에꼴42는 원래 미술관이었다?

에꼴42의 건물은 원래 현대 미술관이었습니다. Xavier Niel 이 이 건물을 학교로 개조하여 미술관과 학교가 공존하는 독특한 곳이 되었습니다. cluster(클러스터) 라고 불리는 컴퓨터실 벽면 곳곳에 미술작품이 걸려있어 가끔 외부인이 미술작품을 보러 오기도 합니다.

드루와! 드루와! 자비로우신 Xavier 씨의 관대한 입학정책

에꼴42는 처음 설립당시 완전한 학비 무료에 학력, 국적 따윈 고려하지 않은 파격적인 입학조건을 내걸었지만 단 하나! 나이제한이 있었습니다. 18세에서 30세 이하만 지원이 가능했었죠. 그러나 나이제한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려서 18세에서 50세 사이에 사람들이 지원이 가능합니다. 거의 나이 제한이 없다고 봐야죠.

에꼴42는 아이들을 돌봐야하는 전업주부, 은행원, 카페웨이터, 디자이너 등등 코딩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업의 사람들도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학생들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학교가 프랑스에 있는데, 그럼 프랑스어를 잘 해야 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프랑스어를 잘하시면 좋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그러나 영어는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잘하셔야합니다. 영어만 된다면 모든 입학처리과정에서 영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일은 없습니다. 저보다 1년 먼저 입학한 한국인 분을 우연한 기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영어가 되기 때문에 생활 하는데 불편한 건 딱히 없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프랑스어가 문제가 된다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ecole 42도 있으니까 그곳을 추천드립니다. 파리와 실리콘밸리 두 곳은 완전히 같은 학교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파리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프랑스어를 조금이라도 배워두시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인턴자리를 구할 때 프랑스어를 잘하시면 뽑힐 확률도 높고, 해외 취직 특히나 프랑스에서 정착하실 계획이라면 프랑스어를 잘하면 잘할수록 좋은건 당연하겠지요. 아무리 영어가 국제언어라고 해도, 프랑스 안에서는 모든 행정 문서가 프랑스어로 되어있고, 학교나 프랑스어를 잘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는것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학교 안에서는 프랑스어를 몰라도 불편한 건 없습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영어를 할 줄 압니다. 또한 학교측에서도 학생들이 영어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합니다. 예를들어 키보드도 다 영어식 자판배열인 키보드이고, 과제나 프로젝트도 영어로 볼 수 있으며, 코딩도 영어로 주석을 달거나 변수명을 짓도록 합니다.

결론적으로, 학교 안에서는 불편한 점은 없지만 학교 밖에서는 그래도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것이 낫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

우선 학교 홈페이지 42.fr 에 들어가셔서 addmission(입학) 관련한 정보를 꼭 찾아보세요. 현재 2019년, 대략적인 입학 절차는 제가 했던 것과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혹시나 모르니 홈페이지를 먼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입학 절차와 관련된 링크 주소는 제가 할 당시는 candidature.42.fr 였지만 주소가 admission.42.fr 로 바뀌었네요. 이처럼 변화가 많은 학교니까 꼭 학교 홈페이지를 먼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입학한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dmissions.42.fr 에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한다.
  2. 온라인 테스트를 받는다. 통과 되었는지 아닌지 결과는 며칠 뒤 메일로 받을 수 있다.
  3. 학교 설명과 관련된 오리엔테이션 약속을 잡고, 학교에 한번은 꼭 방문해야한다.(오리엔테이션을 참석하지 않으면 다음 절차 진행 불가능)
  4. 2월, 6월, 7월, 8월에 열리는 piscine 에 어느 달에 참가할지 예약을 하고 한 달동안의 테스트를 받는다. 결과는 10일 정도 뒤에 메일로 통보.
  5. 매년 10월에 열리는 학기에 입학신청을 하면 끝!

자주하는 질문

온라인 테스트가 뭐죠?

에꼴42는 이전에 코딩을 했던 안 했던 누구나 입학 할 수 있는 자격이 됩니다. 테스트는 코딩실력과 상관 없는 게임으로 진행되며 제가 했던 건 30분의 기억력테스트와 3시간의 논리테스트였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했던 플래쉬게임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이 아예 없고 본인이 직접 게임의 규칙을 찾아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어, 영어는 몰라도 됩니다. 다만, 온라인 테스트 종류는 해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piscine 이란?

"피씬" 이라고 발음하는 이 단어는 piscine 은 프랑스어로 수영장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는 물에 들어가서 허우적대야 하듯이, 코딩을 배우기 위해서는 코딩에 빠져 허우적대야 한다는 뜻에서 piscine 이라고 합니다. piscine 은 한 달간 진행되며 2월, 6월, 7월, 8월 중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각 piscine 에는 600 명의 지원자가 있으며 이 중에 약 180명 정도의 학생들만 그들만의 기준에 의해서 선발이 됩니다. 여기서 그들만의 기준이란, 꼭 코딩을 잘해야만 뽑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어떤 기준" 이 되지 않으면 탈락됩니다. 학교측에서는 이 기준을 절대 공개 하지 않으며 따라서 알 길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프로그래밍 경험자에게 유리한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ecole42는 절대 성적으로만 학생을 뽑지 않습니다. 성적은 그저 수많은 기준의 하나일 뿐입니다. 제가 그들의 기준을 알 길은 없지만, 대충 예상하기로는 노력여부, 로그인 시간(학교에 얼마나 머물러있었는지), 성장곡선, 커뮤니케이션 스킬, 인성 등등을 봅니다. 성적이 좋아도 뽑히지 않은 케이스를 몇몇 보았기 때문에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piscine 에 대해 설명한 글을 참고해주세요.

다른 학교와 차별화되는 에꼴42만의 장점은?

에꼴42의 제일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미술관을 개조하여 만든 학교는 학생들의 창의력 향상을 돕고, peer to peer 방식의 공부 시스템은 학교를 조용한 곳이 아닌, 시끌벅적한 토론의 장으로 만듭니다. 헤드폰이 없으면 집중이 안 될 정도로요.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무소음마우스를 이용하고 코감기에 걸리면 남들에게 훌쩍거리는 소리에 민폐를 끼칠 까봐 집에서 공부 했던 저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충격이었죠.

또 다른 장점으로는 방금 전에도 언급한 Peer to peer 공부방식입니다. 학교는 시스템상 peer to peer 공부 방식을 강요하게 만듭니다. 이 학교에는 학생들마다 evaluation point (평가 포인트) 라는 "화폐" 제도가 있어서, 내가 다른 사람의 과제를 평가하면 +1 점을 그 사람으로 부터 받고, 다른 사람이 내 과제를 평가하면 -1점이 됩니다. 결국 나의 과제를 다른 사람으로 부터 평가받기 위해 나도 다른 사람의 과제를 평가해야 하는 것이지요. 과제마다 다르지만 본인이 한 과제는 반드시 일정 수의 사람과 마지막으로 기계에 의해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예를들어 이번 과제는 3사람으로 부터 평가를 받아야 기계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우선 제가 어느 시간에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intranet 에 가능한 시간을 올립니다. 평가 포인트가 필요한 사람들은 어떤 시간대가 올라와있는지 확인하고 본인이 평가를 해줄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합니다. 그럼 자동적으로 매칭이 되어 해당 시간에 채점자가 과제를 채점하기위해 제 자리로 옵니다.

채점자가 해당 과제를 알고 모르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알고있다면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이런 방식으로 코딩을 했고, 너는 이렇고... 하면서 토론을 하면 되고, 채점자가 아직 배워본적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제가 설명을 해주면 그만입니다. 사실 사람에 의한 채점은 채점이라기 보다는 내가 얼마나 간결하고 깔끔하게 코딩을 해서 이 사람에게 설명을 해주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의한 채점이 끝나면 비로소 moulinette(물리네뜨) 라고 부르는 기계가 제가 제출한 과제를 채점을 하게 됩니다. 이 기계는 매우 엄격해서 학교에서 쓰이는 코딩 규범을 지키지 못하거나, 철자가 잘못된 파일을 제출하게 되면 바로 0점을 맞게 됩니다. 0점을 맞으면 어떻하냐구요? 다시 수정해서 제출하고 사람한테 채점받고 기계한테 채점받으면 됩니다. 통과할 때까지...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단, 과제는 주는데 과제가 매우 구체적이면서 명시적이고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나와있습니다. 가끔은 퀴즈처럼 과제를 주기도 합니다. 과제를 받으면 코딩을 잘하는 사람에게 묻거나 본인이 직접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공부하면서 해야합니다.

학교의 커리큘럼은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알고리즘분야, AI, WEB, Graphics, Electronix 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기가 배우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서 배우시면 됩니다.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인턴쉽을 해야합니다. 만렙은 21인 걸로 알고있는데, 보통 학교 1년차가 되면 레벨 10이 되서 인턴쉽, 2년차가 되면 레벨 20 인턴쉽, 3년차에 마지막 인턴쉽을 한다고 합니다. 본인이 역량이 된다면 더 일찍 레벨에 도달 할 수 있겠죠?

또한 본인이 직장을 구해 언제든 학교를 떠날 수 있고, 또 언제든 학교로 다시 돌아와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개인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데, 예를들어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전업 주부인 경우, 본인의 시간이 여유가 될 때에 학기를 시작하고 끝마치시면 됩니다.

글을 마치며

저는 ecole42 에서 공부를 마치고 프랑스에서 웹개발자의 길을 걷고있습니다. ecole42에서 겪었던 하나하나 소중한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4부작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들에게 도웁이 되었으면 합니다.

Ecole 42 4부작 시리즈

  1. Born to code? 프로그래머를 위한 파리의 혁신학교 école42(에꼴42)
  2. 한 달간의 코딩 테스트 piscine
  3. ecole42 본과정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4. ecole42의 인턴쉽과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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